요양보호사의 날’ 활동 수기
사랑과 희망을 나누는 나는 행복한 요양보호사입니다.
서구노인복지관재가노인지원센터
요 양 보 호 사 서 한 순
안녕하세요. 사랑과 희망을 나누는 행복한 요양보호사 서한순입니다. 처음 활동 수기를 부탁 받고 어떤 이야기로 말문을 열어야 할지 한동안 고민하며 자연스레 9년 8개월간 겪었던 크고 작은 발자취를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처음 떠오른 것은 힘겨운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제 생애 첫 클라이언트 어르신이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요양 1등급의 와상환자 노모와 함께 작은 임대주택에 살고 계셨고 저는 어르신을 도와 노모의 대소변을 밤낮으로 받아내고 매일 같이 두꺼운 이불과 시트를 삶고 빨며 힘들지만 보람 있는 하루를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 몸과 마음이 힘들고 고단하여 쉽게 상처 받았던 제 마음을 토닥이며 진심을 다해 ‘고맙다’ 다독여 주시는 어르신의 격려에 다시 한번 힘을 얻곤 했습니다.
그토록 극진히 노모를 보필하였으나 하늘도 무심히 노모의 건강은 날로 악화되었고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오고야 말았습니다. 어르신의 모든 가족은 깊은 슬픔에 빠졌고, 저 역시 그 슬픔의 한 조각을 나누워 가졌습니다.
‘지난 시간 좀 더 찾아 뵙고, 한번 더 눈을 맞춰 드릴걸. 따듯한 말 한마디, 따듯한 손길 한번 더 전해드릴걸.’ 하는 수 많은 후회와 반성이 폭풍우처럼 밀려 왔습니다. 하지만 제 슬픔보다 먼저 어르신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노모가 떠나고 난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눈물이오, 그리움이었을 어르신을 위해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동생분과 이웃사촌들을 모시고 매일 어르신 댁을 방문하여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며 조력자로써의 역할을 하였고 그로인해 어르신은 점차 슬픔과 충격 속에서 한발 한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변화해가는 어르신의 모습을 지켜 보며 저 역시 보람을 되찾게 되었고 그로 인해 요양보호사로써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저는 제 첫 클라이언트 어르신을 케어하고 있습니다. 현재 어르신은 중풍과 고혈압, 당뇨,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계시지만 제가 처음 어르신을 뵌 그 날처럼 새하얀 박꽃 같은 미소를 잃지 않으셨습니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사이가 되었고 가끔은 정말 친모녀가 된 듯 투닥거리기도 하며 시시콜콜한 집안 사정이야기를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나누는 혈연관계 이상의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언젠간 어르신과 헤어지는 날이 찾아오겠지만 저는 그 날을 생각하기 보단 다가올 내일 어르신과 함께 할 가장 빛날 하루를 기대하며 살아갑니다.
누군가 제게 말을 걸어 옵니다. 요양보호사는 힘들고 고된 직업이 아니냐고, 저는 웃으며 다시 그에게 입을 엽니다. 힘들고 고된 직업이라 말하기 전 따듯한 사랑과 밝은 희망을 나누워 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요양보호사랍니다. 라고요. 저는 행복한 요양보호사 서한순입니다.
지금까지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